이십대는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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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위한 소설 -5-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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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 

나는 P와의 인연을 정리하려 하고 있었고, 술을 마셨고, 술을 마셨고, 술을 마셨다. 마치 술이 아니고서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냥, 술을 마셨다. 마시고 마셨다. 

그런 술을 마시던 와중에도 생존을 위해서 술을 쉬던 순간이 있었다. 위로해 준다던 친구녀석을 마다하고 집에서 쉬던 순간 그 친구녀석은 나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널 위한 자리가 있으니 빨리 나오라고. 술은 권하지 않겠다고. 나는 술을 권하지 않겠다는 말에 그 자리를 향했고, 그녀를 만났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못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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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자리는 어쨌든 성공이었어. 소원 풀이는 했으니."

"오오. 결국 너네가 사겼다는 거냐?"

S는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이내 승리자의 웃음을 띈 후, 패배자의 웃음을 다시 띄울 수 밖에 없었다.

"응. 어쨌든, 그랬지. 나 성공했지 않냐?"

"야. 그래 성공했네."

그 대답에서 비웃음을 느낀 것은 그저 나의 자괴심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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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나는 한동안 P를 만날 수 가 없었다. 나는 기숙사 학교에 입학했고, P는 여고에 진학했으니까. 간간히 치는 삐삐와 이메일 만이 내가 나눌 수 있는 유이한 창구였다. 그렇다고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증표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먼 훗날. 그런건 보관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나는 그것이 증표라고 생각하면서 자위했었다.


+

"그 녀석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나는 말했다.

"왜?  좋아 죽던 녀석이 소원 풀이 했으니 좋았을 꺼 아녀?"
S가 되물었다. 

"그러기엔 일주일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거든. 나야 학생이니까 그렇다지만. 그 녀석은 직장인이었으니까."

"왜 회사 앞에서라도 기다려보지?"

"그거야 당연히 그랬지. 나로서는 30분만 봐도 좋았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나만 좋아하는 대로 할 수는 없잖아. 걔도 걔 인생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하는 대로 하기엔 너무 늙어버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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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첫 만남은 평범했었다. 평범한 남녀가 평범하게 술집에서 만나, 평범하게 통성명을 하고, 평범하게 번호를 교환하고, 평범하게 각자 술을 마시다, 평범하게 각자의 집으로 향했을 뿐이다. 


+

나로서는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P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시간이 지나고, P는 나에게 이별을 통고했다. 매우 미안한 눈초리와 말투로. 비록 나에게는 예상한 일이었기 때문에 담담했지만서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에게 느껴지는 자괴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나는 술로 지새는 날들을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논외로 하자. 아니. 논외인 것이 웃기지만 그렇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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