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는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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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는 후배들에게 돌이켜 보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무력감이 느껴질 때 울었던 것 같다. 짝사랑 대상이 내 맘을 받아주지 않을 때. 영어 성적으로 대학에 떨어졌을 때. 아무리 열심히 자소서를 써도 면접조차 가지 못했을 때. 나를 알아주지 않던 사람에 세상에 분개하며 그렇게 울었었다.

자괴감과 불면의 시간을 거쳐 가면서 나는 무뎌져가기도 타협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자라왔다. 그리고 그 시간들 위에서 이제는 그시절 나의 과오도 조금씩은 깨달아가고 있다. 세상에 100% 남의 잘못은 없더라. 아는만큼 보인다는게 진실이었고 그 시절 나는 몰라서 패기로웠고 또 몰라서 분개했더라.

하지만 그 눈물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그것이 오롯이 나의 노력의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울었던만큼 후련할 수 있었고, 또 울었던 만큼 미련을 쉽게 떨칠 수 있었다.

각별한 나의 후배들이 이제 막 사회에 나오거나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내 새끼 걱정은 어느 사람이나 마찬가지겠지만은 걱정과는 별개로 아픈만큼 자신에게 언젠가는 득이 될거라고 위로를 미리 건넨다. 최소한 강해진 멘탈이 너희의 아픔의 댓가가 될 것이다.

나는 다만 언제나 너네가 울고 있을 때 같이 울어줄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된단다.

이쁜 내새끼들. 화이팅이다. 졸업한 녀석들은 졸업 축하하고. 시험보는 녀석들은 시험도 화이팅이고. 취준생들은 올해는 원하는 진로 찾기를 기원한다.

사랑한다. 내 새끼.

근황 돌이켜 보기

바쁜 일상 속에서 한동안 놓고 있었던 글을 쓰는 일이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돌이켜 보건데. 글을 쓰는 것은 그리 행복한 일이 아니었다. 한 번 기록한 후에는 어쨌든 그 기록은 변형되거나 과장되지 않으니까. 그것은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들을 나에게 다시 한 번 상기 시킬 뿐이다. 기억이 변형되고 미화되는 것과는 다르게.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거창하게 지껄였지만. 요새는 그냥 바쁘다. 현재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와중에 끄적이는 중이고. 오늘은 일요일이다. 일요일마저 바쁜 것이 과거의 나에게는 매우 필요한 일이었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솔직히 약간은 짜증이 나는 일이기도 하다. 

일 년의 시간동안 사실 달라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여전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무섭고, 가끔 그녀가 나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그렇게 일 년을 지내왔다. 다행히도 바빴다. 그리고 또 다행히도 아직은 내 주변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는 끄적여도 별로 볼 사람도 없을거 같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쓰던 소설이나 써 봐야겠다. 다행히 이젠 팩트보단 왜곡이 더 많아져서 견딜만 하니까. 

그래서. 볼 사람도 없겠지만. 어쨌든. 반갑다. 내 블로그.

나 자신을 위한 소설 -6- 창작

++

학교 정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밤바람은 시원하였고 걷는 것은 몸에 좋은 거니까. 이놈의 담배만 중간중간 안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밤의 학교는 역시나 한산했다. 나는 이 한산함을 사랑한다. 

운동장에는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제는 밤에 운동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운동하기 어려운 계절이니까... 고작 십분을 걸었는데 앉아서 쉬고 싶다. 

내가 학교 안에서 한 마지막 데이트가 운동장이었지. 아마도 월식날이었을 것이다. 월식 시간에 맞춰 월식을 구경하러 운동장에 왔었다. 추운 겨울이었던지라 행여 손이 곱을까 잡은 손을 놓지 않았었지. 그날 따라 달은 컸고, 또한 붉그스레 해졌다. 이런건 빼놓지 말고 보는 것이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뒤로 먹고 사는 것에 바뻐 그런 이벤트는 기사에서나 보는 것이 되고야 말았다. 

아마 그날도 담배를 피워댔겠지. 여전히 나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폈다. 

이과대를 지나 문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차피 산책하기로 한거 크게 빙 한바퀴를 도리라 마음 먹는다. 오늘은 걷기 좋은 날이니까. 

문대와 본관의 사이에 벤치에서 다시 발걸음이 멈추었다. 배가 고프다. 사놓은 빵을 꺼내 먹었다. 불현듯 거기서 도시락을 얻어 먹은 기억이 난다. 어느 날 갑자기 도시락을 싸왔다며 빨리 밥 먹으러 오라던 그녀가 떠올랐다. 시간이 얼마 없다던 그녀는 내가 밥 먹는 것을 옆에서 다 지켜보고 내 수업 장소까지 데려다주고서는 돌아서 뛰어 내려갔었다. 그러니 내 다음 여정지는 상대여야만 한다. 

그날처럼 빵을 우걱우걱 먹은 나는 다시 상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언덕길을 올라 상대를 도착했다. 목요일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가끔 그녀는 상B106 문 앞에서 환한 웃음으로 서프라이즈를 해주곤 했다. 그러면 항상 수업 끝나고 담배를 피던 무리들과 이별을 고하고 대신 그녀와 별관 뒤뜰 구석진 벤치에서 둘이서 담배를 피우곤 했었다. 그 자리에 앉아 나는 두 번째 담배를 피웠다. 

이제 다 올라왔으니 내려갈 일만 남았다. 노천극장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노천극장은 P와 헤어진 곳임과 동시에 그녀와 첫번째 데이트를 한 곳이다. 그 날 그녀는 나에게 이 곳에서 안 좋았던 기억일랑 잊고 이제 자기와 좋은 기억만 생각하라고 얘기했었던 것 같다. 좋은 기억.... 그래 좋은 기억이지.... 나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날 그녀에게 이소라의 그 노래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었고, 그 이후로 한동안 이 노래를 듣지 않았다. 

노천극장에서 음대로 향하는 길은 학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벚꽃이 만발하면 그 곳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벚꽃 길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봄에는 그 길을 걷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벚꽃이 피어있는 동안에는 그 길을 걷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정녕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길을 걸을 것이다. 그 벚꽃 길은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걸을 것이니까. 왜냐하면 그녀와는 걷지 않았으니까...

108계단을 내려와 학관 옆으로 갔다. 작은 동산에 있는 벤치. 거기서 다시 한 번 쉬었다. 한 시간 쯤 걸었나보다. 밤이 되면 빛이 없어 대로 바로 옆인데도 길 가는 사람은 벤치에 앉은 사람을 볼 수 없는 그런 장소다. 거기서 키스를 하며 키득 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다. 

마지막 담배를 물고, '성지순례 한 번 했네.' 생각을 했다. 좋은 기억이니까... 그걸로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집을 향하다가 우연히 이뻐하는 여후배를 만났다. 늦은 밤이었으므로 나는 후배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러 했다. 그러려니 자연히 운동장을 지나게 되었다. 

"L아. 오늘 한 시간 동안 산책해보니 학교에 참 이것저것 추억이 많더라. 너도 그러냐?"
"아니. 오빠 난 사실 예전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
"지금이 좋아서 그런건 아니고?"
"글쎄. 어쨌든 다 잊어버렸나봐."
"니가 나보다 낫다."
"하여튼! 엊그제 우연히 만났다더니... 아직도 기분이 그런거?"
"아니. 그냥 좋았던 기억만 떠올려서 그런지 좋았어. 걱정마."
"하여튼 센치한건 대마왕이셔."
"몰랐냐? 그게 이 오빠의 매력인데."
"ㅋㅋㅋㅋ."
"아.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
"들어가서 잠이나 주무셔."
"어이쿠. 잔소리는. 그래도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 것 보단 너 만나서 가니 훨 낫네."
"제가 이정돕니다."
"그래. 니가 젤 이쁜 내새끼다."

혼자 있던 운동장보다는 후배랑 같이 걷는 운동장이 더 좋았다. 그래. 어차피 끝난 일이고. 좋은 일만 기억하면 그걸로 되는거다. 괴로워하지만 않으면 된거지. 

"잘 들어가라."
"오빠도 잘 가."
"그래. 시간 되면 주말에 보자."
"응. 연락할께."

좋은 산책이 이렇게 끝이 났다. 

나 자신을 위한 소설 -5- 창작

++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 

나는 P와의 인연을 정리하려 하고 있었고, 술을 마셨고, 술을 마셨고, 술을 마셨다. 마치 술이 아니고서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냥, 술을 마셨다. 마시고 마셨다. 

그런 술을 마시던 와중에도 생존을 위해서 술을 쉬던 순간이 있었다. 위로해 준다던 친구녀석을 마다하고 집에서 쉬던 순간 그 친구녀석은 나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널 위한 자리가 있으니 빨리 나오라고. 술은 권하지 않겠다고. 나는 술을 권하지 않겠다는 말에 그 자리를 향했고, 그녀를 만났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못할 그 순간...


+

"그래도 그 자리는 어쨌든 성공이었어. 소원 풀이는 했으니."

"오오. 결국 너네가 사겼다는 거냐?"

S는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이내 승리자의 웃음을 띈 후, 패배자의 웃음을 다시 띄울 수 밖에 없었다.

"응. 어쨌든, 그랬지. 나 성공했지 않냐?"

"야. 그래 성공했네."

그 대답에서 비웃음을 느낀 것은 그저 나의 자괴심 탓이었을까??


-

그 이후 나는 한동안 P를 만날 수 가 없었다. 나는 기숙사 학교에 입학했고, P는 여고에 진학했으니까. 간간히 치는 삐삐와 이메일 만이 내가 나눌 수 있는 유이한 창구였다. 그렇다고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증표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먼 훗날. 그런건 보관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나는 그것이 증표라고 생각하면서 자위했었다.


+

"그 녀석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나는 말했다.

"왜?  좋아 죽던 녀석이 소원 풀이 했으니 좋았을 꺼 아녀?"
S가 되물었다. 

"그러기엔 일주일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거든. 나야 학생이니까 그렇다지만. 그 녀석은 직장인이었으니까."

"왜 회사 앞에서라도 기다려보지?"

"그거야 당연히 그랬지. 나로서는 30분만 봐도 좋았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나만 좋아하는 대로 할 수는 없잖아. 걔도 걔 인생이 있으니까. 너무 좋아하는 대로 하기엔 너무 늙어버렸달까?"


++

그녀와의 첫 만남은 평범했었다. 평범한 남녀가 평범하게 술집에서 만나, 평범하게 통성명을 하고, 평범하게 번호를 교환하고, 평범하게 각자 술을 마시다, 평범하게 각자의 집으로 향했을 뿐이다. 


+

나로서는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P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시간이 지나고, P는 나에게 이별을 통고했다. 매우 미안한 눈초리와 말투로. 비록 나에게는 예상한 일이었기 때문에 담담했지만서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에게 느껴지는 자괴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나는 술로 지새는 날들을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논외로 하자. 아니. 논외인 것이 웃기지만 그렇기로 하자. 





나 한테 필요한건.

사실이 아닌 의미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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